현명한 사내 스터디 운영법

· 4min · clemado1

1. 무작정 시작하기

그래요? 제가 한 번 스터디 만들어 볼게요.

부서 내에서 React.js를 도입하자는 말이 돌았다. 나는 모르는 건 해봐야하는 성격 때문에 React.js를 한 번 해 본 상태였고 이 정도로 할 줄 아는 사람도 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했다. 제가 한 번 스터디 만들어 볼게요. 팀 회의 중에 만들었으니 팀장님과 팀원 1명이 자연스레 스터디로 합류했고 부서에 소문을 냈더니 금방 4명이 더 모였다. 그 때 내가 했던 생각은 '생각보다 스터디하길 바랬던 사람이 많구나! 이왕 한 김에 멋있는 결과물도 만들어보자.' 였다.

2. 깨닫기

아니. 사내 스터디는 외부 스터디와 다르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 지원서를 내고 허락까지 조마조마 기다려야하는 그런 스터디와는 다르다. 사내 스터디는 문턱이 굉장히 낮고 나도 모르게 나도 원하지 않는 강제성을 띄기도 한다. 스터디를 2번, 즉 2주 하고 나는 내가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내가 외부에서 했던 스터디와 똑같이 운영하길 바랬고 다른 스터디원들도 따라와주길 바랬었다. 하지만 사내 스터디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사내 스터디의 다른 점

(회사마다 문화와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 스터디 리더를 원한다. 단순히 운영하고 조율하는 것을 넘어서 스터디를 이끌어 성공시켜줄 리더를 필요로 한다.
  • 스터디량을 크게 설정할 수 없다. 사내 스터디는 문턱이 낮기 때문에 기대치가 낮다.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적당한 선의 스터디를 원한다.
  • 스터디원 사이 편차가 굉장히 크다. 마찬가지로 문턱이 낮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정말 열심히 해서 지식이 제곱으로 증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첫 날과 다름없는 사람도 있다.
  • 비자발적인 신입의 존재. 원하지 않으면 안해도 된다고 거듭 말해도 무언의 압박을 느끼고 스터디에 들어오는 신입들이 있다. 이 때는 어쩔 수 없이 며칠 스터디를 같이 하고 나중에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다.

3. 첫 시도

위와 같은 점을 깨닫고 처음에 한 시도는 내가 주마다 스터디 분량을 공부한 다음 스터디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남에게 설명해주기 위해서 공부하다 보니 React에 대한 지식도 깊어지고 마지막엔 7명이 다 같이 영화 검색 사이트 하나를 완성할 수 있었다. 모두가 똑같은 사이트 하나를 완성했으니 성공한 걸까? 내가 했던, 내가 원하는 스터디는 다들 자발적으로 떠드는 스터디였다. 그런데 나는 스터디원들에게 말할 기회가 아닌 질문할 기회만 주고 모두에게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4. 익명으로 말해요

스터디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금방 고쳐먹고 만회할 두 번째 스터디를 모집했다. 스터디의 첫 시간은 응당 스터디의 방향을 정하기 마련인데,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의 스터디는 스터디원끼리 팀이 다르고 연차가 차이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적었다. 그래서 나는 무적의 방법을 썼다. 익명 설문조사.

익명으로 설문조사를 시작하자 의견이 즉각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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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적극적으로 말해주는 스터디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설문 문항을 만들고 모든 스터디원들에게 설문을 부탁했다. 설문 조사 결과를 보자 어떻게 스터디를 진행해야 할지 감이 왔다. 그리고 다 같이 모여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서 아래 5가지 항목을 논의했다.

  • 스터디 내용
  • 스터디 방식 및 과제
  • 스터디 부교재
  • 스터디 시간
  • 기타

5. 토론합시다

스터디의 구체적인 진행 방향을 다 같이 모여 토론했다. 이 때는 Github의 Discussions 기능을 활용해서 스터디 시간 전에 글을 남겨주길 부탁했다. 글은 일부 스터디원만 썼지만 설문 조사로 대강의 방향은 정해졌기 때문에 의견을 남겨준 사람을 존중했다. Github의 Discussions의 동의나 반응 버튼을 활용하니 반응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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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리의 시간

스터디의 진행 방향에만 2주를 할애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좋은 소득이 있었다. 다 같이 스터디의 진행 방향에 논의한 만큼 이후 스터디에서 가지는 책임감의 무게가 확연히 달랐다. 모든 사람이 의견을 내고 결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다들 이전 스터디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두 번째 스터디부터는 내가 원하는 모든 스터디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떠드는 스터디였다. 스터디원들은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지켜봤을 때는 첫 번째 스터디와는 다르게 매주 한 마디 씩은 꼭 했다.

스터디 방식

우리가 진행한 스터디 방식은 아래와 같다. 그러나 스터디 방식이 중요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필요하다고 느낀 건 모두가 모여서 의논하는 시간이다.

  • '모던 자바 인 액션' 책을 가지고 정해진 시간에 모인다.
  • 발표자 한 명을 랜덤으로 선정한다.
  • 서로 합의하여 하루 분량을 정하고 30분동안 읽는다.
  • 발표자는 Github issue에 오늘 하루 내용을 정리한다.
  • 발표자 외 참가자들은 Github Discussions에 질문을 남긴다.
  • 발표자가 정리한 내용을 발표한다.
  • 모두가 Github Discussions을 보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토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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